더존비즈온이 9월 24일~10월 8일 부산, 대전, 광주, 대구, 서울에서 AI로 여는 세무회계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2024 세무사·회계사 대상 전국 로드쇼’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세무사에게 저녁 시간을 돌려드립니다.
” 더존이 ‘AI 로드쇼’를 통해 자신있게 내놓은 ‘슬로건’이다. 어떤 때는 맞고 어떨 때는 틀린다. 참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다. 분명한 것은 ‘세무사가 편해진다’는 참이다. 그리고 ‘세무사의 수입이 줄어든다’도 참일 수 있다. 인공지능의 세무사 업무 지원은 예정된 코스다. 세무사의 운명과도 같은 피할 수 없는 문명의 혜택이다. 오래전부터 인공지능을 탑재한 ‘AI 세무사’ 등장을 예고하면서 세무사의 새로운 업무영역을 개척하지 않으면, 공멸할 것이라는 선지자들의 예언이 있었다. 그러나 세무사들의 대응은 ‘설마’가 주류였다. 세무사의 리더를 자처하는 한국세무사회도 회원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개혁을 머뭇거렸다. 이제 수습이 불가한 위기 상황을 맞았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더존비즈온의 ‘AI 로드쇼’는 세무사들에게는 위기일 수 있다. 대부분 세무사는 업무에 인공지능을 접목할 준비가 부족하다. 더존비즈온의 ‘2024 세무사·회계사 대상 전국 로드쇼’는 AI를 통한 세무회계 혁신의 시작인 동시에 세무사와 회계사에 대한 인공지능의 선전포고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더존비즈온의 파트너만이 미래에 살아남게 된다는 협박에 가깝다. “AI를 통한 혁신으로 세무회계 업계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면서 파트너십을 강조한다. “세무사 업무 전반에 AI를 접목시킨 더존의 프로그램이 세무사의 전문성을 높여줌은 물론, 업무처리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보다 고부가가치를 실현한다”는 설명에 세무사들은 전율해야 한다. 이제 세무사는 더존에 목을 매야 한다. 세무사회의 ‘세무사랑’은 용도폐기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AI가 세무회계 업무에 어떻게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지는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알지만 로드쇼를 통해 세무사들에게 홍보인지 협박인지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더존의 로드쇼에 다녀온 세무사 A는 심란하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머리만 아프다. 미래를 생각하면 당장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답이 없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세무사 업무 전반에 확대될 것이고 업무처리가 빨라지는 만큼 수수료는 인하될 것이 자명하다. 인공지능을 앞세워 각종 덤핑과 과잉 경쟁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연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프로그램만 장착하면 직원들이 필요 없을 것이니 그동안 고생이 심했던 인력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 같다.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면 세무사 혼자서 모든 업무를 신속히 처리 가능할 것이다. 공연히 세무사회에 협조한다는 명분으로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세무사회가 개발한 ‘세무사랑’으로 교체했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더존의 인공지능을 사용하려면 프로그램부터 바꿔야 한다. 비용이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세무사회에 대한 원망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이럴 때 보란 듯이 남보다 앞선 인공지능을 떡하니 내놓고 “회원여러분 걱정할 것 없습니다. 여러분 곁에는 든든한 세무사회가 지키고 있습니다”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세무사회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은 고사하고 홈페이지 복구가 되느니 마느니 할 정도로 기술력이 형편없는 실정이다. 회원들에게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염가로 공급한다며 개발한 ‘세무사랑’은 얼마나 短見(단견)이었는지 이제야 실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AI 세무사’의 등장이 예고 된 지가 언제인데 이에 대한 대처가 없었다. 먼 미래를 보지 못하고 민간기업의 기술력과 투자를 깔본 대가를 치르게 생겼다.
더존비즈온의 파트너가 아니면 세무사의 경쟁력을 상실하는 사태가 현실로 다가온다. 회계프로그램 시장을 놓고 원수처럼 싸워온 세무사들도 더존과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게 생겼다. “자존심이 밥 먹여주나.” 오래된 지혜다. 세무사들은 이제 AI에게 무릎을 꿇는 일만 남았다. ‘파트너십’으로 찬란하게 포장된 이면에는 자본주의의 욕심이 도사리고 있다. AI의 편리함과 당장의 달콤함에 함몰되는 순간 AI는 세무사 업무의 보조기능을 넘어 세무사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세무사를 지배하는 것은 ‘AI’이고 AI를 지배하는 것은 더존비즈온이 될 공산이 크다. 궁극에는 세무사가 더존비즈온의 지배를 받게 됨을 의미한다. 세무사에게는 AI 시대에 대비한 재부팅이 시급한 상황이다.
세무사에게 수입의 핵심은 장부와 세무조정이다. 이제 AI는 스스로 거래처의 기장을 토대로 각종 신고를 함은 물론 세무조정까지 하는 수준이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프로그램이 그동안 직원 10명이 처리하던 업무를 처리한다면 세무사들은 무엇을 해야하나. 매일 골프나 쳐야할까? “그런데 수입은요?” 일이 쉬워지면 수수료는 당연히 내려간다. 과당경쟁은 덤핑을 불러오고 아마도 지금 개업 세무사의 절반 이상은 간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무서운 일이다.
이제 세무사들은 핵전쟁보다 무서운 인공지능과의 전쟁을 벌이는 동시에 동료들 간 살아남기 무한경쟁에 돌입해야 할 상황을 맞이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데 세무사회는 대책을 세우기 위한 액션이 보이지도 않는다. 프로그램 연구를 전담할 인력도 없다. 특히 인공지능을 업무에 연계하기 위한 연구 인력은 생각할 수도 없다. 예산을 투입하는 일에는 회원들의 눈치를 보는 것은 물론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의식하기 때문이다. 조세연구소처럼 전문 연구 인력을 확충하고 AI 접목을 연구했어야 했다. 세무사회 전산법인을 활용하는 방법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세무사회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인색했다. 고정자산인 회관건립 등 자산을 지키는 것을 金科玉條(금과옥조)로 여겼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이제 늦었다. 이미 투자 시기를 놓친 것이다.
AI의 도움으로 단순 반복 업무가 줄어드는 만큼 고부가가치업무인 ‘자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AI를 활용해 고품격의 자문을 제공할 수 있다는 논리는 명제에 가깝다. 그러면 이제 AI를 사용하지 않는 세무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사실 AI도 천차만별이다. 세무회계 분야에서는 지금은 더존이 가장 앞서있다. 추월할 만한 경쟁자도 보이지 않는다. 싫든 좋든 세무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더존비즈온의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세무사회는 회원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솔직히 ‘노답’이다.
많은 세무사는 거래처의 기장료로 사무실 유지(직원 인건비, 임대료, 각종 공과금 등)에 급급하고 순수한 수입이라면 세무조정 수수료가 전부이다. 어쩌다 불복 건이라도 하나 얻으면 황재일 정도다. 그런데 AI가 세무조정까지 한다는 소식을 접하니 일평생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물론 일이 쉬워진다는 기대도 없는 것은 아니다. AI의 도움으로 세무조정에 시간이 절약되는 만큼 다른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도 기장 덤핑이 판을 치는 터에 세무조정인들 덤핑이 나오지 않을 리 없다. 특히 AI가 세무조정을 해준다면 불을 보듯 뻔하다. 전자신고 세액공제가 폐지되는 마당에 세무조정 수입마저 없어진다면 무엇으로 버티나? 심하게 말하면 폐업이 정해진 수순이다. 너무 앞서간 비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충분히 상상이 가능한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세무사법은 제2조에서 9개 항의 세무사 직무를 열거하고 있다. 그 가운데 첫째 신고와 청구의 대리, 둘째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셋째 장부 작성, 넷째 상담 및 자문의 업무 등이다. AI가 투입된다면 세무사의 핵심 업무 전반을 감당한다는 뜻이다. 무자격자도 얼마든지 세무사 업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 시장의 혼탁이 예상된다. 이래저래 ‘AI 세무사’ 등장은 세무사들에게는 위기이다. 다행인 것은 납세자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세무사 업무의 AI 접목이 납세 비용을 얼마나 줄여줄지 관심이다. 세무사야 내 알 바 아니지. 이제부터는 세무사들의 ‘오징어게임’.
출처 : 세정일보(https://www.sejun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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